♣
아내의 불면
/ 강 봉덕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인)


            가파른 한의원 계단을 오르며 바스락거리는 호흡들
            딸아이를 생산한 이후로 십여 년 동안 아내는
            깊은 강이 되어 불면의 시간을 보냈다
            밤마다 강의 적요가 지나는 소리 들린다
            가끔 연어의 몸살 앓는 소리도 난다
            물의 기원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싶은 것이리라

            한의원에서 강의 몸이 열리자 화석 같은 통증 묻어나온다
            수척한 팔다리며 가슴 아래 캄캄하게 돋은 가시들
            오래도록 부드러운 물길이 식탁이며 침실을 흐르는 동안
            가시는 안으로 날카롭게 이빨을 들이댄 것이리라
            그녀의 몸은 잘못 들어선 길처럼 토라져 있다
            너무 오래 걸어 들어가 돌아오는 길 버렸을 것이리라

            몸은 수위를 낮추며 나이테를 키우며 줄어든 바닥으로
            아내의 부장품이 보인다. 닳아버린 나의 구두며 녹슨 반지가
            골다공증 걸린 흰 뼈처럼 바람의 길 만들고 있다
            길 위로 낡은 복사기며 서류뭉치들이 눈치를 살피면
            물수제비뜨던 딸아이의 돌이 초생달처럼 웃고 있는데
            아내는 어디를 갔을까. 어머니의 뱃속에서 시작한
            삶의 원류을 찾아간 것일까

            마른 물줄기의 혈에 박힌 시침, 명치끝에서 타는 약쑥 같은 시간
            야위어 가는 봄 강처럼 마른나무로 선 나는 짙은 그늘을
            그녀에게 드리우고 싶은데, 그녀는 어디쯤 지나는 것일까
            홀로 어두운 길 돌고 돌다 흐르는 강이 되려나 보다
            그녀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거친 내 손에 길을 만든다
            손에서 손으로 흐르는 물길, 환한 시간이다.


강봉덕 시인의 홈입니다

창조문학신문사에서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인입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Category : Category
번호 분류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Notice 일반  ♣ 회색풍경 / 강봉덕 -  [1]  편집장 2008/11/27 120 1482
Notice 일반  ♣ 아내의 불면 / 강봉덕  [4]  편집장 2008/11/26 224 2812
2 일반  프라이를 하다 / 강봉덕    풍경소리 2009/01/07 14 88
1 일반  나를 끓이다 / 강봉덕    풍경소리 2009/01/07 12 79

  목록보기 1
       

Copyright 1999-2017 Zeroboard / skin by zero